2013년 10월 7일 월요일

물고기 집

1.

하늘로 오르는 강을 따라가면
물 속 깊이 출렁이는 집 하나
한 방울 불빛만 외로이
감지 못할 두 눈에 따갑게 들어와 앉아
하루가 너무 길어 저물지도 못했다
바다는 늘, 우물만 하여
한 뼘도 못 가서 부딪치는 벽
허둥대며 파도를 지워보지만
자꾸만 작아지는 지느러미처럼
소라는 파도를 보지도 못하였다
2.

오후 6시 퇴근시간
한발 넓이의 엘리베이터 안
몸만 움직여도
옆 사람의 숨결이 부딪쳐온다
여러 개의 버튼과 정지된 공간
두 눈은 빨간 숫자만 바라보고 있다
오후 6시6분 주차장 승용차 안
한 팔 넓이의 공간
시동을 걸고 습관처럼
아침의 그 길을 돌아간다.
갑자기 꽝하고 부딪치는 벽

내 겨드랑이엔 비늘이 돋아나고
퇴화된 지느러미는 어느새
출렁이는 집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현관을 들어서며
희망이란 문짝을 부셔 버렸다
어항 속에 물고기만
빠끔 빠끔 나를 바라보고
나는 힘껏 지느러미를 흔들어 본다
출렁

.

.

.

.

파도는 소라 하나도 울리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