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년 잔뼈를 자랑하는
이씨는 일감이 없다고
사흘을 놀다가 나왔다
새벽 바람을 하도 맞다보니
철근 같았던 팔뚝이
이젠 녹이 슬었다며
담배 쥔 손가락이 떨렸다
일거리를 찾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내가
들판의 메뚜기 같다고,
평생 노동에 붙잡혀
뜨거운 한낮의 불길에 오래 튀긴 듯
저 검으퉤퉤한 지천명의 사내가
몸 팔려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루 일당 같은 해가 떠오르고
막노동이라도 하라는 소리에
간택 받은 사람처럼
땅에서 펄쩍 뛰어오르는
겨울 저 메뚜기가 날쌔다
오늘 내 몸을 움직여
몇 목숨 벌 수 있을 거라며
길 떠나는 이씨의 발걸음이 가볍다
그래 머리 굴리는 너희들처럼
억 소리 안나더라도 좋으니
몇 푼어치 일이라도 시켜다오
내 받은 것 중의 얼마 떼어서
세상의 가난에게 헌금하겠다고
감사하며 살겠다고 손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