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0일 목요일

보름달, 굴러간다

엊그제 전쟁터
포탄에 맞아
얼굴 이즈러졌던 하늘이
오늘은 보름달을 데리고 왔다
새벽 이슬이 굴러간다
수레바퀴가 굴러간다
굴렁쇠가 굴러간다
저 보름달 둥굴게 굴러가다가
나뭇가지에 세게 부딪혀
태백산맥이 되었을 테고
덜썩 주저앉아 쉬다가
개마고원 들녘이 되었다고
가파른 시대의 절벽을 오르려다
땀을 무진장 흘렸으니
독도 낳은
동해 바다가 되었겠고
물 한 모금 없이 가다가
낙타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우이도 모래언덕이 되었다고
꽃 지는 것도
잎 떨어지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가다가
혁명에 저렇게 손이 잡혀 있어
낙화의 무덤을 만들면서
열사에 저렇게 목이 매여 있어
낙엽의 무덤을 만들면서
홍수(洪水)에도, 대설(大雪)에도
멈추지 말아라 하면서
지구라는 혹성이 굴러간다
우주라는 별세계가 굴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