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3일 수요일

이 어둠 속에는

이 어둠 속에는

- 박남수 -

이 어둠 속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름을 불러 줄 수 없는
그 무엇들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어둠이 걷히고
햇볕이 내리 번지면
그것이 꽃일 수도 있고
돌일 수도 있는 그 숱한 것이,

그 숱한 것이 여기서는
그저 이름도 붙여줄 수 없다.
그것은 어둠 속에서
제 지닌 것들을 키우고 있다.

이 날이 밝는 것을
그 누가 믿지 않으랴
그러나 그 누가
그 날을 점칠 수 있으랴.

그것이 내일이어도
내명년이어도 그저 멀면서도
다가오는 것으로 믿으면서
우리는 위태롭지 않으면
그저 외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