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8일 금요일

안개빛 사랑 -세엣-


십년 하고도 몇 해가 지났다
그 좋은 사람의
전화를 받았는데
이 바보는 그의 음성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약속 장소까지 가는 동안은
아무런 감정이 없더니
요금을 치르고 택시문을 열며
한 발을 내려놓는 순간
나는 온 몸이 후들거려옴을
느꼈다
세월도 흘렀으니
그 사람도 변했겠지
얼굴에 윤기가 번들거리고
배가 불뚝나온
중년의 사람이 되었다면
멀리서 보고 그냥 돌아서야지
그러나 그는
예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엊그제 만났다가
하루이틀 새에 다시
만나는 사람처럼
우린 똑같은 감정으로
기분좋게 앉았는데
왜 나는 이렇듯
콧등이 저려오는지
우린 여전히
마주보고 앉아서
예전 서로가 했던
말 한마디 행동 한가지도
잊지 않고 기억해내고 있었다
마치
총명함을 자랑이나 하듯이
그리고 우리는
또다시 아픈 이별을
고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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