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어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그대와 조금 더 오래 있고 싶어요
크고 작은 일들을 바쁘게 섞어 하며
그대의 손을 잡아보고 싶어요
여럿 속에 섞여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러다 슬그머니 생각을 거두며
나는 이것이 사랑임을 알아요
꽃이 피기 전 단내로 뻗어오르는 찔레순 같은
오월 아침 첫 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 같은
이것이 사랑임을 알아요
그러나 나의 사랑이 그대에게 상처가 될까 봐
오늘도 말 안 하고 달빛 아래 돌아와요
어쩌면 두고두고 한 번도 말 안 하고
이렇게 살게 되지 생각하며 혼자서 돌아와요
-도종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