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6일 수요일

빈 조개껍질의 울림

빈 조개껍질의 울림은
미친 파도처럼 휘몰며
웃음을 앗아 달아났습니다
허상의 실체는 지독한 고통으로
심장을 자근자근 가위질하고
아아, 혼절할 것 같은 절망은
일상처럼 굴레가 되어
붉은 선혈을 토해냅니다
삶에 대한 꿈도
세상 밖의 어여쁜 그림들도
모두가 나와는 상관없는 듯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양
착각 속에 빠지곤 합니다
어서 어서 떠나가기를
도려내고 싶은 상실감도
낯선 세월의 상처들도
쏟아 붓던 언어는 땅 속에 누웠고
춤추듯 나래 치던 노래는
가락 잃고 정신을 놓았습니다
아아,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빈 조개껍질, 그 울림의 허상은
가혹한 형벌인 것을
모두가 우매한 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