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일 금요일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섬이라는 거제도라는 이름으로
가시 철조망이 높고
수상한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아직 싸워야 할 무엇이 남았는지
감옥에 마음 갇힌 포로들이
한 끼 입에 넣을 숟가락으로
목숨 벨 칼을 갈고
꽃 피울 나무로
가슴 찌를 창을 만들었다
휴전의 지금까지
금을 그어 너와 나를 가르고
왼쪽과 오른쪽으로 편을 나누었다
섬 하나가 있어
세상을 짐승처럼 가두는 수용소였다
섬 하나가 있어
세상을 꼼짝 못하게 묶어놓은 포로였다
이념의 지진처럼 섬이 갈라진다
사상의 화산처럼 섬이 솟구친다
그 섬에 발 디디면 살 데이겠다
뼈마저 불타버리겠다
쇠로 가장자리가 날카로워진 저것들
나무로 끝이 뾰족하게 된 저것들
햇빛의 얼음처럼 녹여버려야겠다
폭풍의 모래처럼 날려보내야겠다
이곳에서는
중립의 고운 꽃만 피어라 하고
비무장의 향기로운 열매만 열려라 하고
그물 없는 바다에서
물고기만 뛰어놀라고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