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2일 화요일

돌담

그대 저를 싸고 있는
돌담 허물고 제 창가에 이를 수 있어요
밤마다 별들 바라보고
삽살개 돌담을 돌며 으르렁거려도
잠들지 못한 제 창가에 찾아 올 수 있어요
창가에는 수 십년 오른
담쟁이 넝쿨에 아기 별들 잠들고
전설 무르익은 우물가에는
갓 뽑아 놓은 미나리 향내 가득해요
그대 돌담 허물고 잠든 창가에 이르러
수신자 없이 써 놓은
낡은 엽서를 읽어 주세요
무엇도 원치 않아요
마른 잉크로 그대의 흔적만 남겨주세요
눈감으면 진하게 보일 마른 잉크로
단 한 줄만 남기면 되어요
이밤 내 안의 두터운 돌담 허물고 찾아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