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3일 일요일

하루를 파는 사람들

보기엔 히스테리칼한 생존의 틀인지라,

모두가 스스로의 장면을 뚜렷이 연기하기 위하여
사뭇 헐벗은 표정이라도 관객 앞에서 개의치 않았다
목덜미 잡아당기 듯, 그리운 고향은 무성히 자라난
그들의 살그러운 희망을 쓰다듬어 각자의 폐부에
오래전 부터 깊숙한 심호흡이 되어왔건만,
섬뜩하게 길어만 가는 의아한 손톱은!
각질의 죽은 세포가 끈질긴 목숨의 확신을 슬금슬금
분열시킨 채, 검은 때 찐득한 화폐를 긁어 모았을 뿐,
손끝에 와 닿는 반질한 삶은 뚝뚝 분질러지는 두려움을
안고, 구석진 곳에서 씹혀지는 밥알의 비명을 내지른다

눈물어린 순대국에 담긴 거친 숨소리가 삼켜지고 또 삼켜진다
박자 맞춘 호객의 음조(音調)는 초라한 영혼들의 나들이를 부추겨
흥겹게 하고, 하지만 이미 누군가 그곳에서 처량히 죽어있듯이
시장바닥의 늦은 저녁은 장막을 내리며 몸을 굽힌다
문 닫히는 휴식의 시간은 저 멀리서 하품하고,
그래도 하루를 팔아 목을 적시는 텁텁한 삶이 지친 얼굴의
포장마차 안으로 모자이크 되면 기울이는 쓴 소주잔의
헛헛한 장단에 맞춰 지붕 적시는 가느다란 빗줄기,
차갑게 흐른다

헐값에 팔린 하루, 아무 상관 없다는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