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저녁해 창가에 머물며
내게 이제 긴밤이 찾아온다 하네
붉은 빛으로 내 초라한 방안의 책과 옷가지를 비추며
기나긴 하루의 노역이 끝났다하네
놀던 아이들 다 돌아간 다음의 텅빈 공원 같은
내 마음엔 하루종일 부우연 먼지만 쌓이고
소리없이 사그라드는 저녁빛에 잠겨
나 어디선가 들려오는 울먹임에 귀기울이네
부서진 꿈들
시간의 무늬처럼 어른대는 유리 저편 풍경들
어스름이 다가오는 창가에 서서
붉은 저녁에 뺨부비는
먼 들판 잎사귀들 들끓는 소리 엿들으며
나 잠시 빈집을 감도는 적막에 몸을 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