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2일 금요일

억새꽃



석양이 걸린 억새밭에
스쳐간 날들이 일어서서
하늘 향해 손사래 치며 웅웅거린다

더러는 아쉬움으로
더러는 애잔함으로
눈우물 가득 고이는 하늘을 품고
미련 한 자락 감아 안는다

먼 길 걸어
다리 풀고 앉는 억새꽃 숲에
흰머리 너풀대는 세월들이
서걱서걱 소리 내며 허리를 푼다

세월의 징검다리 함께 건너던 당신은
석양빛에 눈시울 물들고
억새꽃 핀 머리카락만 바람에 날린다

발끝에 떨어지는 석양빛 밟으며 걷는 길
등 두드리며 위로하는 바람 타고
지난날들이 절름거리며 다가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