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2일 금요일

그날 새벽에

이른 새벽
거울 앞 전화기의 짧은 신호음에
부스스 일어나
좀더 남을 이들이 잠에서 깰까 싶어
조용히 매무새를 어루만진다.
잠의 여독이 아직 덜 풀려
흰자위에 붉은 선들이 그려져 있는 눈
그래도 무엇 하나 잊은 것은 없는지
방안을 유심히 둘러본다.
구두를 신고 방문을 닫으며
왠지 허전함에 방문을 다시금 열어
안을 한 번 더 들여다보곤
여관 밖으로 나온다.
여린 한기가 느껴지는
부산 범어사의 새벽공기
웅크린 채 코트 깃을 여미곤
어디에서 택시를 타야할지 몰라
잠시 발길 멈칫한다.
나이트를 밝히며 뒤쪽에서 달려오는
고맙고도 반가운 택시
손들어 세워 육신 싣곤
“아저씨! 고속버스 터미널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