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3일 토요일

떠나는 즐거움

나무 아래에도
오래 서 있을라치면
때로 발길이 떼여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나무가 어느새 내 안으로 들어와
무성한 저의 가지를 뻗고
뿌리마저 깊이 내리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일이야
이루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처음에는 반갑고 편안했던 이름이
내 안에 둥지를 틀기 시작하면서
바램은 어느새 요구가 되고
관심조차 질투의 사슬이 되어
마음을 꽁꽁 동여매기 시작합니다

돌아서 생각해보면
나무도 사람도 내 안으로
저절로 들어 온 것이 아니고
내 마음이 그를 불러 들여
내 것의 울타리를 둘러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종래에는 내 안에 나를 찾을 수 없고
울타리 속 이름들만 술렁댑니다

그리운 이름이여,
이제 우리도 헤어집시다
사랑이 자유가 될 그 날을 위해
내 안의 거짓된 나를 떠나는
즐거운 여행을 시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