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9일 금요일

봄이 왔는가 / 임영준

지옥으로 전락한 고향에도
역시 봄은 왔겠지
연명하기 위해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바들바들 떨며
다 버리고 뛰쳐나왔는데
숨만 크게 쉬어도
눈알만 잘못 굴려도
무자비하게 잡혀 들어가
참혹하게 처형되어야 하는가
어쩌다 이리 들짐승보다 못한
신세가 되었단 말인가
대물림하는 악마들을 저주하고
가엽고 운 없는 부모 탓만
해야 하는가
몇 고개만 넘어가면
다른 핏줄들끼리도
어울렁더울렁 얽히고설켜
사람답게들 산다는데
이 세상 모두에게서
버림받은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얼어붙은 시궁창에도
때가 되면 봄이 찾아오고
푸르른 새싹도 솟아나는데
정녕 우리의 봄은 언제나 오려나
과연 우리에게 봄이 있기나 한 건가

(처형된 탈북동포들을 애도하며)

´사순절의 기도´ 외 "> 스콜 신부의 ´사순의 경칩 기도´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