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9일 토요일

비 오는 날

비가 온다는 이유로
마음이 허전하여 창문을 연다.

보도 불럭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발자국 소리로 서성여
허무로 비틀거리던 시간들이 발기하여
세찬소나기로
컴퓨터 자판에 떨어져
응축된 압축 파일을 풀어내며
아름답던 영상들이
하나 둘 화면을 차지하며 메일을 보낸다.
때로는 꽃으로
때로는 그리움으로 지쳐 처진 풀기 없는 잎사귀로...

닿을 수 없는 수평선
그리움이 물처럼 고여 가지만
내려오는 빗줄기로
서럽던 세월의 이끼를 털고 말끔히 수마시켜
그냥 그대로
좌대에 올려놓은 수석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