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치고 뭉텅 뭉텅 빠져나간 여름 꽃자리
밤마다 그 아래 가을 벌레가 와서 울었다.
벌레소리 내게 묻는다.
네 마음 씨앗처럼 단단해 졌는가.
너는 그 많은 날을 어느 길에 흘렸는가.
내일만을 꿈꾸다
남은 시간은 얼마인가.
매 순간 아낌없이 살고 있는가.
너는 정령 누구인가.
잠자는 동안에도 마음이 끌리는
오래 전 내 배로 낳은 아이들
어디에 그 자국이 있는가.
나는 정말 한때 젖을 물렸던 어미였던가.
가을 벌레우는 소리
세상을 모두 잠재우고 내 영혼만을 깨운다.
나는 무엇이었을까.
나고 자란 곳도 ,피붙이도 없이
지상에 홀로 억류된 들짐승이 아니었을까.
추워지는 밤 더러운 벽에 기대 잠을 청하던
고아처럼 그 벌레소리 서러워라.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가는데.
세상과 나는 함께 깨어 있지 못하고
짧은 시간 사이좋게 지내지도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