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2일 화요일

태워진 시들

하루 동안 참으로 부지런 떨지 않았다 해서
어찌 시어들을 모으지 않았겠는가.
작은 기대 새벽같이 문 여는 남자
그대 향하여 사랑해지는 음율 타고,
책 척척 챙겨서 학교에 잘도 뛰어간다고
어린 토끼 나의 목숨이 귀여워지는,
봄날은 산뜻하여 노트에 적는
나를 위하여 찢고 찢어내고 또 써도 행복한
그런 아침에서 자유시 한 편이 되었다가
허공의 휴지통에 버려졌다가
나는 수없이 번뇌하다가 곧 태우고 만다.
모는 이글대는 태양을 이기어
누우런 들녘 알알이 단단한 이삭 되는 것처럼
풀꽃 같은 시를 위해
노란 나비로 앉아 내음에 젖어들어
그리고 이슬을 견뎌내기 위하여
나는 태어나려던 걸 성차지 않는다 해서
그의 얼굴을 태우는 것이 아니다.
푸른 재로 날려보낸 시어들이 다시 아름다워진 후로
내 안으로 들어오렴. 들어오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