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일 토요일

흐르는 강물처럼..


그대와 나 오랫동안 늦은 밤의 목소리로

혼자 있음에 대해 이야기해왔네.

홀로 걸어가는 길의 쓸쓸한 행복과

충분히 깊어지는 나무 그늘의 향기,

그대가 바라보던 저녁 강물처럼

추억과 사색이 한몸을 이루며 흘러가는 풍경들을

서로에게 들려주곤 했었네.

그러나 이제 그만 그 이야기들은 기억 저편으로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네.

어느날인가 그대가 한 사람과의 만남을

비로소 둘이 걷는 길의 잔잔한 떨림을

그 처음을 내게 말해주었을 때 나는 다른 기쁨을 가졌지.

혼자서 흐르던 그대 마음의 강물이

또 다른 한줄기의 강물을 만나

더욱 깊은 심연을 이루리라 생각했기에,

지금 그대 곁에 선 한 사람이 봄날처럼 아름다운 건

그대가 혼자 서 있는 나무의 깊이를 알기 때문이라네.

그래, 나무는 나무를 바라보는 힘만으로

생명의 산소를 만들고 서로의 잎새를 키운다네.

친구여, 그대가 혼자 걸었던 날의 흐르는 강물을

부디 잊지 말길 바라네.

서로를 주장하지도 다투지도 않으면서, 마침내

수많은 낯선 만남들이 한몸으로 녹아드는 강물처럼

그대도 그대와 그대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하나로 스며드는 곳에서 삶의 심연을 얻을 거라 믿고 있네.

그렇게 한 인생의 바다에 당도하리라.

나는 믿고 있네 .


-유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