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3일 수요일

가시연꽃

가시 많은 못이나 늪의
몸을 가려주는 수의 같다
진흙 같은 시절 헤치며 살면서도
상처 숨기지 않으셨는데
이제 먼 길 떠나시겠다며
삼베옷 곱게 한 벌 해입으셨다
지내온 세월의 그늘이 짙어서
연꽃의 등불을 밝히시려고 하려는가
세상의 늙으신 아버지들은
가시연꽃을 닮았다
한 동안 찢겨지고 파헤쳐진
창문이나 마당을 그대로 닮았다
맥도 험하고 골도 깊다
다림질로 농 깊숙히 넣어둔
수의를 찾는 아버지
질퍽한 흙길을 숱하게 걸어오시느라
마음마저 누런 황토빛이다
오늘은 가시연꽃에 앉아 보시라고
아버지를 등에 업고 지게에 얹고
산사의 마당에 들어선다
내 등에 불현듯 가시가 돋아났다
연꽃이 피었다
내가 흙탕물 같았다
못 속으로 늪 속으로 들어가신 아버지
가시연꽃을 꺾으셨네
어서 내려가라고 내 손에
가시 같은 수의를 쥐어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