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3일 수요일

눈 오시는 날

싸리비질 마치고 간 겨울비
미끄럼길 행인들의 악당이라서
누가 지나갔나요

이튿날 일찍, 몰래 몇 센티 쌓아놓고
가냘퍼 나리는 눈들의 소리 젖은 야유는
언제까지 내리려나요

미화원은 눈까지 청소합니다.
밤동안 아무데나 굴러다닌 쓰레긴
눈 속에 숨죽이고 있겠지요
치워도 치워도 빗자루는 분주하대요

눈 오신 날,
비질 쉬지 않다가 눈과 함께
사라지고 싶다는 미화원들
화물 트럭 몇 대는 눈을 봉 뒤집어쓰고
아침에도 쿨쿨 잠들어 있습니다.
집, 산, 계곡 모두 눈을 맞아 반색하고,
나는 눈과 함께
하루를 쉬어 가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