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운 소 위에 앉아
거친 붓질로
나를 치받으려고 달려오는
수묵화水墨畵의 저 사내
파격의 생이 물처럼 자유로워서
성기聖器 혹은
칠칠七七이라고 불리웠던
최북의 맹우도猛牛圖를 보고 있다
나도 그대처럼
금강산 구룡연 같은
풍경 뒤에 숨은 절절한 것들
한 줄 제대로 그려낼 수 없음에
남몰래 탄식하며
폭포에 몸을 던지고 싶은 적 있었다
나도 남은 목숨에
무릎 꿇으며 고개 숙이며
글 하나 쓰기 싫어서
그대처럼 한 쪽 눈을 뽑아
거침없이 세상에 던져주고 싶었다
그리하여 해나 달처럼
외눈박이로 살고 싶은 적 있었다
태어나고 죽은 날도 남아있지 않고
나와 같이
마흔 아홉만 겨우 몸 드러내서
바람 불고 눈 많은 날
수묵화로 돌아오리라는
풍설야귀도風雪夜歸圖를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