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일 일요일

◈ 하당공원 ◈

빈 공원의 의자가 맨살처럼 깨끗하다 몇 번의 비로 잡풀들만 키 만큼 자라 황폐하지만버려진 것들은 또 제들끼리 금방 친해져 저렇듯 무성해지는구나 빈 깡통 하나가 발 밑에서 서럽다누구이었든 이제 남은 체온은 없어도 그 버려진 마음은 알 것 같다 달은 그믐 쯤으로 제법 기울어 건너 편 동산도 그 어깨가 반쯤 처진다 열대야를 식히는 시원한 바람 중에 천 년도 더 오래 들려 온 풀벌레들의 울음소리가 농익었다 저들의 서두르는 모양새가 아무래도 실패한 연애처럼여름도 쉬 가겠구나 떠나야 할 것들이 가슴에 미리 서러워 나는 의자에 빈 자루를 던지듯 함부로 눕는다 그리곤 서서히, 아주 서서히의식의 안과 바깥을 자벌레가 되어 기어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