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0일 화요일

기다림이 있어 행복한 하루

기대가 너무 큰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만날수록 쓸쓸해지는 가슴을 느끼는 사람들은
잠시 헤어지는 약속을 해요.
그리고 가슴으로 예전보다 더 큰 사랑을,
더 깊은 사랑을 하는 거죠.

오후엔 어김없이 우편함으로 향합니다.
사랑을 만나고픈 간절한 마음,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우편함에 손을 넣어보면
기쁨을 느끼기도 하지만 실망을 느낄 때도 많습니다.

가끔은 장미꽃을 좋아하는 내게
장미꽃이 가득한 편지를
보내주는 친구의 마음을 우편함에서 만날 때면
저절로 눈물이 날 때도 있습니다.
우편함에서 광고지만
가득 만날 때면 화가 나기도 합니다.
왜 기다리는 사랑의 마음은 없는 걸까 ?
오늘 하루도 그렇게 기다림의 실망으로 끝나는구나.
속으로 중얼거리며
하늘을 바라보면 눈에 비쳐지는
하늘은 잿빛의 우울입니다.
기다림, 사랑의 만남.
몇 년 전 처음,

기다림의 큰 행복을 느끼던 날이 떠오릅니다.
기다림의 행복한 날은 바람이 매서운 겨울이었습니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서서는 버릇처럼
우편함에 손을 넣었습니다.
그때 무언가 닿는 느낌이 들어
그것을 꺼내보았을 때 느껴지는 행복 ………
기다림의 행복, 사랑의 만남에 어쩔 줄 몰라하며
그날 잠을 못 이루었습니다.
사랑의 만남,
그 무언가가 오기를 마음 깊이 기대하면서도
허망하게 기대가 어긋났던 터라.
그날도 그런 기분을 느끼며
우편함에 손을 넣었던 거였습니다.
친구들의 기쁜 엽서가 아닌,
나만의 사랑의 만남인 무언가가
그후로 가끔 놓여져 있었지만
순수함 가득하던 그 시절보다는
행복감이 덜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매일 사랑을 만나는 기쁨을 기다려보며
우편함에 자연스레 손이 갑니다.
마음 가득 파란 하늘,
맑은 하늘의 기쁨을 생각해보면서 ……
그러나 잿빛 하늘 속에
우울이 보여진다 해도 전 행복합니다.
파란 하늘의 기쁨, 사랑의 만남이
내일은 환하게 다가와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기다림이 있다는 것,
그건 큰 행복입니다.

이승희 시집『눈물날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