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9일 월요일

김창진 시집 [그리움이 그리운 이에게 가지 못하여] 중에서.

그렇다
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서로 잊혀지고 잊을 것이다.
차창에 걸린 먼 산처럼
서서히 뒤로 밀려나 지워지거나
기억 뒤편으로 아스라이 사라져 갈 것이다.
긴 밤, 나를 힘들게 하였던 생각들
잊으려 애쓰었던 그대의 어려운 전화번호와 생일도
대학시절 학번처럼
흐르는 시간 속에 잊혀져 갈 일이다.
가끔은 거리에서 마주치는
그대의 애창곡이 나를 괴롭히기도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세월이 멀리 그대처럼 흐르면
그대의 노래를
내가 부를 수 있는 시간이 오리라.
어디 사랑에 가슴 아픈 이가 나 하나 뿐이랴
그래도 담배가 떨어지는 밤이면
창가에서 남은 옛 생각으로 힘들어 하겠지만
그러한 사소함으로
잠 못 이루는 이가 나 하나뿐이겠는가!
시간은 언제나
약한 자, 슬픈 자들의 노래
나는 그에 발을 담그고
먼 산으로 흐르리라.


김창진 시집 [그리움이 그리운 이에게 가지 못하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