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얼굴들이
그렇게 추락하고 있었다
노랑 빨강 갈항
채색구름 얼굴 복면을 벗으며
똑같은 높이로 내려오고 있었다
바닥을 두께로 쌓고 있었다
얼어붙은 지표면을 덮어씌울
따뜻한 몽상의 치마자락을 펼치며
가을 하늘을 몽땅 품고 지내던
동북아 너른 가슴을 터뜨려
울분 찢어 날리는 단풍잎새
노랑 빨강 갈항
채색 나비떼 한 해 우수를 우수수 떨치며
허공을 휘몰아치고 있었다
휘몰이 중모리 중중몰이
자진몰이 추임새에
숲 속 빈터는 점점 커져나고
폭포처럼 폭설처럼
온몸 후두둑 떨어지는 기쁨
물결치듯 나래치듯
서로 손짓하여 부르며
내일없는 구덩이 속으로
함몰하고 있었다
그 사이 붉은 용이 꿈틀거리며
가을숲을 지나
얼음빛 개울 쪽으로 사라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