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3일 금요일

나비

몰아쉰 사내의 숨이
마지막 잎처럼 툭 떨어졌다
꽉 쥐었던 손이 펼쳐지고
나비 한 마리
날개를 흔들며 날아가자
누워있던 저 노숙의
사내의 입을, 코를 열고
수 천,수 만 마리의 나비들이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옷 한 벌만 달랑 남겨놓고
그의 살도 그의 뼈도
나비가 되어 날아가버렸다
저 사내의 오랜 날갯짓이
누군가를 세게 흔들었을
공명共鳴이었거나
뻘 같은 바닥만 드러낸
공명空明이었거나
등 눕힐 한 평 집도 없고
벌어먹일 식구도 없어서
나비처럼 자유로웠을까
그래서 나비로 날아다녔을까
유일한 재산인 듯한
헤진 가방을 열어젖히자
동면의 애벌레들이 가득하다
어미의 몸에서 떨어져나와
구걸하듯 풀과 꽃으로
평생을 떠돌아다닌 나비
그가 아직 날개를 흔드는지
바람이 얼굴을 친다
내 담벼락에 간신히 붙어있던
잎사귀 몇 개
나비처럼 날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