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3일 금요일

주님은 있다

주님은 있다 - 양전형

어찌하여 이 오밤중
근 이십년 넥타이 졸라매어
가늘고 길어진 모가지를 불쌍히 여기사
막걸리를 들입다 하사하셨습니까
주(酒)님,
방황하는 이 오체
어따 대고 함부로 다리 하나 들고
급히 다다른 선발대를 갈기게 하시며
밤보다 더 어두운 곳에서
지난 삶들을 낙엽질하게 하십니까
그래도 막연하던 생각의 얼개에
누군가 문득 들뭇한 향기로 밀려와
주님, 하마터면 나 오늘
꽃 필 뻔도 했습니다
세상 휘청이는 이 밤
낮에 그늘 속 어슬렁대던 고독이
고양이 눈처럼 빛나옵니다 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