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도 분간 할 수 없는
칠흙같은 밤
더듬어 앞만 보고 달리던 항로에
그대 저만치 앞 서
두 팔 벌려 가로 내저으며
나를 향하여
빛의 속도로 암호를 보낸다
돌아서 가라구
여긴 위험한 곳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곳
온갖 뿌리 깊은 독초와
닿았다 하면
산산히 부숴져 끝도 없이 침몰하고 마는
날카로운 암초 밭
사랑이라곤 고슴도치보다도 못 한
전갈들이 득실거리고
군데 군데 독성을 감춘 늪지대들
제발 가까이 오지 말고 저만큼만 돌아서 가라고
땅끝마다 한 발 앞 서 달려 가 까치발로 서서
밤을 새워 붉은 깃발을 흔들어 대는
그대는 나의 청지기
내 사랑의 영원한 파수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