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5일 일요일

무수단리가 있다

무수단리가 있다

김종제

얼굴 드러낸 적 없는
은하계 먼 별의 이름 같기도 하다
언제나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
그 아래 무엇이 있는지
절대로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혹시 지도에도 등재하지 않는
무인도이거나
발길 거부하는 밀림인지 모른다고
당신에게 말해 줄 수는 있겠다
누구는 낙타도 걸어갈 수 없는
열사의 사막이라고도 하고
누구는 몸과 마음이
얼음 속에 갇힌 세계라고도 하지만
무수한 풍문 중의 하나일 뿐이다
분명한 것은 그곳의 옛 이름이
대포동이었다는 것이고
지금은 거대한 대포로
하늘 바깥의 어딘가를 향해
폭탄을 쏘아 올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곳에 핵폭풍이 불어 닥치고 있다
흑사의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다
치명적인 독감이 유행이다
때도 아닌 장마로 폭설로
망령 같은 무수단리의 화면이 끊겼다
궁금하다 저 불 꺼진 나라의
만화 같은 이야기
속편은 언제 나올 것인지
뒷골목 가게에 부지런히 드나들지만
무수단리를 본뜬 가짜가
이 지상에 더 많이 진열되어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