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4일 수요일

궁핍한 그대에게 / 임영준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그대
한탄과 눈물은 걷어버리고
초점을 약간만 옮겨보자
사방에서 압박해 들어오는
비리와 치부 따위는 괘의치 말고
낮은 곳에서도 자존을 지키고
늘 그랬듯이 느린 걸음으로
올바르게 일어난 이웃들을
차분히 따라가 보면 어떨까
세상은 항상 그 자리에 있고
변치 않는 순환 아래
그대가 행한 것은 고작
팔다리를 헤저어본 것뿐일지니
천박한 질시와 한심한 저주 따위는
졸부와 탐리들에게 던져버리고
가뜩이나 짧고 고단한 인생길
보다 가볍고 환하게
펼쳐가 보는 것은 어떨까
궁핍하지만 아직도 쉽게
아니 영원히
물들지 않을 것 같은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