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일 일요일

입춘

생솔가지 연기에 그을린
아궁이 앞에 앉아
타다 남은 불씨를 숨죽이며
어머니의 바빠지는 마음을 듣는다

텃밭의 재를 뿌려야지
사랑채 윗목의
고구마 통 왕겨도 털어 내야지

어느 새인가
마당가 감나무에
매어있는 새끼줄에는
두툼한 솜바지가 널려 있다

까슬한 노친네 손끝을
무엇이 그리 서두르게 하는가

검은 연기 내뿜는
옆집 처마 밑 대문 앞에는
건양다경 (建陽多慶)
입춘대길 (立春大吉)이 붙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