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4일 토요일

바늘꽃

함백산 외진 길 오르다
언뜻 보았던 바늘꽃이
몽골 공터에 사진으로 피었다
불콰하게 젖어 있는 것이
망한 나라의 얼굴 같아서
저 바늘꽃이
단군의 수염이었거나
주몽의 눈빛이었거나
대조영의 숨결이었거나
돌부리에 꺾여져 붉게 물들은
꽃잎 역사가 처량하다
막다른 바닷가 골목까지 쫓겨났으니
바늘 같고 가시 같은
열매가 달린 것 아니냐
가슴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저 원혼에 찔리지 않고
내가 버틸 수 있는 경계는
압록강이거나 북한강이거나
물 흐르는 어디쯤일까
백두산이거나 한라산이거나
자작나무 서 있는 어디쯤일까
말 달리던 나라의 옛 터에
잡초처럼 자라고 있어서
손바닥에 발바닥에
바늘이, 가시가 마구 돋아났다
더 밀려날 곳이 없어서
더 숨죽이고 있을 수가 없어서
어둠을 틈타 상륙작전을 감행하는
바늘꽃은 한계선이 없다
분한 꽃이 대륙을 뛰어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