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4일 토요일

우물


고여있는 동안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깊은지 모르지만
하늘에서 가끔씩 두레박이 내려온다 해서
다투어 계층상승을 꿈꾸는 졸부들은 절대 아니다.
잘 산다는 것은
세상일에서 더불어 출렁거리는 일
누군가 목이 말라서
빈 두레박이 천천히 내려올 때
서로 살을 뚝뚝 떼어 거기에 넘치도록 담아주면 된다.
철철 피를 흘려주는 헌신이 아프지 않고
슬프지 않은 것은
고여 있어도 어느 틈에가 새 살이 생겨나 그윽해지는
그 깊이를 우리 스스로 잴 수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