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밑의 남도 어느 마당에
폭설을 밀쳐내고
매화가 피었다고 하는군요
아무리 강한 무기로 밀어부쳐도
꽃 피는 힘은
아무도 막을 수가 없나 보군요
수 천년 그 자리를 지켰으니
꽃 피는 것은
하루 아침의 일이 아니지요
껍질 뚫고 나오는 저력이
민중의 외침이나
백성의 울부짖음 아닐까요
견디다 못해 터져나오는
뿌리의 함성이지요
저 속에는
뒤집고 싶은 울분 같은 것
광복의 새 날
새벽을 보고 싶은 것
내집의 주인으로 사는 것이지요
날도 모르고 꽃 피었다고
때도 모르고 얼굴 내밀었다고
역적으로 내몰지 마라고
한 날 한 시에
나뭇가지 하나에서
햇불로 봉기를 하는 것이지요
저 꽃 피는 힘이란
이름 없이 죽었으므로
한 많이 맺혀 있으므로
썩어 곰팡이 나는 당신을
갈아 엎어버리는 일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