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2일 일요일

청소淸掃

삶의 전부가
갑작스런 산사태로
흙더미 속에 완전히 파묻혔다
생의 전체가 뿌리 뽑혀지고
가지 잘려나가고
갈 곳 잃어버렸으니
강을 폐허처럼 뒤덮고 있었다
눈앞의 길이 종잇장처럼 찢겨나갔다
칠흑 같은 급류 속이라
옷 한 벌 입을 새 없이
숟가락, 밥그릇 하나 건지지 못했다
쏟아져 내린 뒷산 돌더미에 밀려
살과 뼈는 모두 유실되고
벼랑 같은 목숨이
손 하나로 간신히 걸려 있었다
황톳물에 목까지 잠겨버린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간 것들 많아서
흉칙하게 나뒹구는 문패의 집이여,
너덜너덜 악취 풍기는 비닐의 밭이여,
나를 나누어 가진 분신들이
순식간에 진흙으로 변해버렸다
지붕과 문짝이 다 떠내려 가고
물 살펴보던 발길도 끊어져
숨 쉬는 소리가 천둥 벼락 같았다
세상과 두절된 후에야
내가 마침내 침수된 것을 알았다
청소 한 번 하지 않고 내버려둔
인생이었음을 알았다
오늘은 빗자루 들고
나를 깨끗이 쓸어 모아 버린 후에
걸레로 닦고 훔쳐내야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