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9일 월요일

홍시

지금
그곳에는 뜰 빙-둘러
단감들이 주렁 주렁 열렸다고
유난히
홍시를 좋아 하는 딸에게
어제 밤 어머니는 전화를 했다
그래서 아버지 생신때는 꼭 내려오라고
그 사나운 매미가 지나갔어도
뜰은 풍성 하나 보다

사념思念의 벙어리가 갈무리 되는
추억 하나
그 가운데 서면
유난히 홍시를 싫어 하는 소녀를 만난다

홍시를 먹고 그걸 배설해 팔아 부자 됐다는
할머니는 옛날 이야기해 주시고
제삿날이면 몰래 저고리 섶에서 꺼내주시던 홍시
눈이 펑펑 오면 어김 없이 오는 홍시 선물
궤짝 앞에 온 가족 모여 맛있게 먹던 홍시
그러나 난 먹을 수가 없었다
혹여 옛날 이야기 주인공 되어 팔러 다녀야 할 거 같아

초등학교 5학년이던 날
우리 집 옆 큰댁에서
여행하고 돌아오시고부터
할머니는 많이 아프셔서 누워 계셨다
매일 코 묻은 돈으로 사탕이며 과자를 사서
난 할머니 머리 밑에 몰래 놓고 나왔다

그런 어느 날
언제나 눈감고 잠 들어 계신 거 같던
할머니가 내 손을 잡고 이름을 부르고서
사탕 그만 사오라며
홍시 한 개를 건네 주셨다
할미 앞에서 꼭 먹으라고
난 울면서 먹었고
얼마후에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그날 이후부터
홍시는 할머니였다
이 가을에도 할머니는
내 곁에서 머무실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