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2일 목요일

가을비 내리던 날

밀크커피의 프림처럼
낮게 드리워진 가을하늘에서
은행잎을 떨구는 가을비
추적추적 내리는 날
어디선가
시름에 잠긴 담배연기 한줄기
창문틈을 비집고 내게로 불어 와
내 가슴에도 한자락 시름이
자리를 낮게 잡고 앉아 있다

잊지 말라고 잊혀지지 말자고
그리움을 삭이던 사랑은
가을비처럼 떨어져 내리어
어디론가 가을속을 배회하고
텅빈 머리속에는
지난날의 가슴아픈 사랑만
가을바람따라 휘날리고 있으니
곧 잊혀져 가리라
지워져 버리어 잊고 말겠지

어디선가 사랑은
가을비처럼 눈물을 흘리고 있을터인데
사랑한다고 한마디 전하지 못하는 그리움은
비가 되어 가을속을 떠도니
가을이 가고나면
이 가을이 가고나면
내 사랑도 잊혀져 떠나갈까
눈밭을 헤매이는 영혼이 될까

서럽도록 아쉬운 사랑
언제 다시 불꽃을 피울지 모르는 인생
사랑하기엔 너무 먼 그림자
가슴에 남은 추억만으로
코스모스길을 달려 가야지
이젠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