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6일 금요일

빗질

밤새 빗질한 길이
물기 마르고 난 어느 여인의
생머리같이 단아하다
처음의 낯선 걸음이라
발길 옮기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어떻게 이곳까지 걸어왔을까
문득 지하까지 내려다 보니
맨발이다
풀 많은 둥근 지붕이
빗길에 닦여져 투명하다
세상은 때때로 촘촘한 빗을 들어
거센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를
몇 번씩이나 가다듬어 주는 것이다
마음 한 번 잘못 먹은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지고
그 자리에 또 무언가
새롭게 일어나는 목숨이 있다
젖 물리는 母性 같아서
검은 눈빛이 밝다
이끼 자주 끼는
속된 마음도 자주 빗질하라고
오늘 내다보는 풍경이
어제보다 한층 가깝다
등뒤에 서서
무엇에게라도 빗질하고 싶다
무지개 빛 나는
고운 머릿결 만들어 주려고
참빗 하나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