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3일 화요일

생각이 미쳐 시가 되고...... - 최영미

시골집 툇마루 요강에 걸터앉아 추석 앞두고 부푼
달을 쳐다보며 생각한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지
금 내 모습이 닮지 않았나? 또 생각해본다 시를 써서
밥을 먹으면 좋겠다, 아니 그보다도 연애를 하면, 시
를 빙자해 괜찮은 남자 하나 추수할 수 있다면 파렴치
하게 저 달, 저 달처럼 부풀 수 있다면......

항상 너무 넘치거나 모자랐지, 놋쇠바닥에 물줄기
듣는 소리가 똑 똑 시처럼 들리고 어둑어둑한 게 아쉽
게도 깊은 밤. 사실은 그게 더 아쉬운데도 일부러 힘
을 줘 짜내지 않고 다만 로댕처럼 무릎에 팔을 괴고
생각해본다 생각이 미쳐 시가 되고 시가 미쳐 사랑이
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