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우두커니
은행나무 하나가
쇠사슬에 칭칭 묶여 있다
밤새 잠 못 들고
코카서스 산정 절벽까지 끌려가
독수리에게
간을 뜯겨 먹혔으니
하늘에 있는
어느 집 부엌의
불씨를 훔쳤나 보다
발각되어 벌을 받기 전에
몰래 내게 건네준 불덩어리로
아침 해 떠오르는데
어찌 그대만은
프로테우스의 숨결같은
달빛에 차갑게 식어가느냐
새벽 먼동이 트기 전에
종소리 울려 퍼지기 전에
독수리를
활로 쏘아 죽이고
사슬을 끊어
이 주술을 풀어야겠다
은행나무가 던져준
저 단단한 열매의 불길 속으로
헤라클레스처럼 뛰어들어가야겠다
문득 몸에 감긴 껍질이
사슬이다
불현듯 살에 붙은 비늘이
사슬이다
내 속의 새부터 죽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