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남방한계선과
꽃 지는 북방한계선의
경계에 서 있어
내가 오름의 곶자왈 같다
덩굴과 이끼와 암석이 뒤섞여
생이 온통 어수선하다
허기도 한기도 녹아 스며들어
지상에서 결코 볼 수 없는 꽃
천냥금을 키운다
물 속에서 건져올린 삶이 모여
살 부여잡고 있어서
부엌 아궁이처럼 따뜻하다
독기 걸러내는 허파 같고
축축하게 젖어있는 그 속이
언젠가 내가 머물렀던 아득한 방
자궁 같아서
나도 저 곶자왈처럼
벌나비 날아드는 꽃을 잉태하고 싶다
날고 드는 온갖 짐승 불러와
잠재우는 숲을 잉태하고 싶다
나도 저 곶자왈처럼
배 띄우지 못하고
노숙으로 지친 발걸음
깊숙하게 뿌리 내리게 하여
한 끼 국밥 같은
열매의 섬을 잉태하고 싶다
곶자왈 오르면
한 세상 변치 않는다는
붉가시나무의 마음을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