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저녁 길을 걷는다
누군가 오가며 뱉어놓은 욕지거리들은
미처 마를 새도 없이 이 도시를 지나는
여천천의 탁한 물길에 여지없이 스며들어
반쯤 빠져 허우적 대고 있다
하루 종일 우울했었다고
쑥대머리로 앉은 하천의 물풀들
권태로운 짓거리로
태연한 행인들 발목을 세고 있다
이 길을 지나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내가 불러 주어야 할 이름은 부지기수다
기다릴 줄 아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집집이 가스불 위에서 보글보글 끓어 넘쳐
문득 가슴이 아려오는 저녁
간혹 도시의 습한 바람 때문에
예전에 앓았던 관절염이 도져오고
잠시 숨 고르고 발걸음 멈추어 서면
우기(雨氣)를 예감하는 플라타너스 잎들의 아우성
폐지를 가득 주워 가는 노인네의 굽어진 등에
성한 내 몸뚱이조차 죄인 것 같아
이 저녁 내가 지은 죄가 크다고
여태 등 하나 내다 걸지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