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1일 목요일

코끼리를 찾아서

깊은 산속 벼랑 위에
숨어 살고 있는 코끼리를
누군가 보았다고 하길래
무작정 찾아나섰다
집채 만한 몸이
보광사 대웅전 담벼락에
콱, 들어가 박혀있다
저 커다란 발에 밟히면
모든 것과 작별해야 한다
머리에 솟아난
저 길다란 코에
한 대라도 얻어 맞으면
세상과도 분명 이별해야 한다
그러므로 길을 걷다가
코끼리를 만나는 것은
나를 죽이는 일이다
내가 사라져 없어지는 일이다
오늘도 코끼리를 만난다
네발 달린
코끼리의 등에 올라탄다
광속으로 달려가는
그 어디쯤일까, 적멸의 날은
담을 벼락처럼 들이박고
생을 벼락처럼 들이박고
내몸의 대웅전
그속으로 들어갈 날은
너무 무거워
선듯 발 들여 놓을 수가 없다
해탈에서 벗어나기 위해
코끼리에게 백팔배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