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2일 금요일

황새울 들판에서

적들이 쳐들어 오는지
황새 내쫓은 들판과 논바닥이
야단스럽게 질퍽질퍽하다
소중하게 지킬 것이 뭐 있어서
무슨 비밀 작전을 짜는가 보다
철조망을 치고 둑을 쌓았다
총칼을 함부로 휘둘렀던
별자리 대신에
우의와 모포로 무장한 졸병들이
죽봉과 각목에 두들겨 맞았다
비무장의 대추리가
하루 아침에 붉게 익었다
피가 흥건히 젖은 진흙이
부러진 어떤 어머니의 마음이다
누가 누구를 때리지 마라
언제는 같은 형제라고
우리 이웃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이제 조만간 닥쳐올 유월
힘도 없이 허물어진 그 때
끊임없이 붉은 비 내리는 화면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은 아니겠지
나도 배앗긴 땅의 주인처럼
시위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너도 한 발
나도 한 발 뒤로 물러서서
그 사이에 멍석 깔아놓고
황새 춤추며 노는 것을 구경하자
기뻐서도 우는 것이니
여기서 황새 울음 소리 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