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2일 금요일

순정純情

무덤속에서조차
얼굴 마주 바라보는 것만이
거짓 없는 애정이라고
뼈만 남은 연인이 실토하고 있다
그렇다, 살을 다 버리고
상형의 거침없는 획을 보여주는 것
날카로워진 나의 언어와
부서질 듯한 너의 문자가
한데 묶여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
그렇다, 순정이란 결국
생의 원소로 돌아가기 전에
뼈를 꺼내 서로에게 보여주는 것
무덤에 갇힌 연인이
수없이 주고 받았을 맹서들이
骨마다 새겨져 있어
고스란히 남겨진 저 뼈들은
일기 혹은 자서전임에 틀림없다
한 쪽씩 찬찬히 읽어나가노라면
어느 틈에 살이 달라붙고
피가 솟구치고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린다
불에 데인듯 가슴이 뜨거워진다
죽음을 같이 하겠다고
순정으로 살아서 묻혔다
한 오백년 뒤에 오로지
뼈로 쓰인 글이 발각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