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5일 화요일

실종失踪

유월 어느 하루가 실종되었다
이름 없는 목숨이
지하에 깊이 묻혔고
한 차례 폭우가 휩쓸고 지나간 뒤
몇 개의 뼈가 발견되었다
단단하게 박힌 흙을 털어내자
그 때 찍어두었던 흑백 잔상들이
우루루 지상으로 떨어진다
비극은 언제나 녹슬지 않나 보다
심장을 뚫었다고 고백하는
총알이 아직도 뜨거워 만질 수가 없다
피는 흐르지도 못하고
마음의 뿌리에 달라붙었다
그 때의 비명 소리 같은 바람에
나무들이 치를 떨고 있었다
분명 유월이 틀림없었다
그가 실종되었고
손목의 시계가 멈춰 섰다
목에 건 세상의 줄이 뚝 끊어졌다
무덤도 없는 그 위로
새나 구름이 날개를 펼치고 지나갔다
세월은 더 빨리 발길을 옮겼다
그가 사라졌으므로
그날도 없어졌다 모든 것이 없어졌다
저를 풍장으로 떠나보낸 그가
오늘 발견되었다
유월의 어느 하루가 수십 년이다
저 시간을 고스란히 견디느라고
남겨진 저 몸이 너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