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2일 화요일

숨은 벽

북한산 백운대 미간眉間에
까마귀 한 마리 날면서
술래잡기 놀이를 하고 있다
눈 감고 소나무 가지에 앉아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큰 소리로 외치면
나는 숨은 벽이 되는 것이다
때로는 감추고 싶은 상처가 깊어
담벼락을 쌓는다
그 위에 깨진 유리를 심어 놓고
살얼음 밟듯이 걷는다
안거安居에 든 산사처럼
바위에 꼼짝않고 있다가
한 번쯤 길을 잃어 버린다면
한 발 낭떠러지로 서서
까마귀처럼 울어야 하는 것이다
파계破戒로 둘러쌓여 있어
평생 하산下山의 길 찾지 못하고
눈 어두워지겠다
그러니까 벽과 벽 사이에 끼어있는
마음을 보아라 하는 것이다
갈라진 틈에서
꽃 피는 소리를 들어라 하는 것이다
저 아래, 중생의 입구에서 보았던
굿당의 소리가 들린다
아직 찾지 못한 벽이 있어
술래잡기 계속 하나 보다
나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하니
숨어있던 벽이 일시에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