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1일 목요일

´하느님은 어찌 생겼을까´ 외


<천상병 시인의 신앙시 모음> ´하느님은 어찌 생겼을까´ 외

+ 하느님은 어찌 생겼을까

하느님은 어찌 생겼을까
대우주의 정기가 모여서
되신 분이 아니실까 싶다.

대우주는 넓다.
너무나 크다.

그 큰 우주의 정기가 결합하여
우리 하느님이
되신 것이 아니옵니까
+ 흐름

바다도 흐르고 구름도 흐르고
사람도 흐르고 동물도 흐르고
흐르는 것이 너무 많다

새는 날고 지저귀는데
흐름의 세계를
흐르면서 보리라.

물이 흐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위에서 아래로만 흐른다.
하나님! 하나님도 흐르시나요!
+ 청록색

하늘도 푸르고
바다도 푸르고
산의 나무들은 녹색이고
하나님은 청록색을 좋아하시는가 보다.

청록색은
사람의 눈에 참으로
유익한 빛깔이다.
우리는 아껴야 하리.

이 세상은 유익한 빛깔로
채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안타깝다.
+ 날개

날개를 가지고 싶다.
어디론지 날 수 있는
날개를 가지고 싶다.
왜 하느님은 사람에게
날개를 안 다셨는지 모르겠다.
내같이 가난한 놈은
여행이라고는 신혼여행뿐이었는데
나는 어디로든지 가고 싶다.
날개가 있으면 소원성취다.
하느님이여
날개를 주소서 주소서......
+ 봄비

봄비가 온다 봄비가 온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에
봄비가 온다 봄비가 온다

따사로운 이 감촉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베풀어주시는 큰 은총이다

봄비는 소리 없이 오는 것 같다
보드럽고 촉촉한 봄비여
온화한 기분으로 맞아도 좋다
+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아주 가난해도
그래도 행복합니다.
아내가 돈을 버니까!

늙은이 오십 세 살이니
부지런한 게 싫어지고
그저 드러누워서
KBS 제1FM방송의
고전음악을 듣는 것이
최고의 즐거움이오. 그래서 행복.

텔레비전의 희극을 보면
되려 화가 나니
무슨 지랄병(病)이오?

세상은 그저
웃음이래야 하는데
나에겐 내일도 없고
걱정도 없습니다.
예수님은 걱정하지 말하고 했는데
어찌 어기겠어요?

행복은 충족입니다.
나 이상의 충족이 있을까요?
+ 산소의 어버이께

두분 아버지 어머니 영혼은,
하느님께 인사드렸는지요?
죽은 내 친구 인사 받으셨는지요?

생각컨대
어버이님은 아무런 죄 없으시고
착실하고 다투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님은 아버님보다 10년 더 넘게
오래 사셨다 가셨는데
하늘나라서 행복한 초혼(初婚) 영원히 비슷하겠군요.

그저 둘째아들 염려이실 테고
요놈이 게으름뱅이 노릇 그만하고
천국(天國) 가까이나 와 주었으면 하시겠지요!
+ 하느님 말씀 들었나이다

1950년 10월 5일 정오경
나는 종로 2가
안국동쪽을 꺾고 있었습니다.
길 꺾는 모퉁이에
한 그루 가로수가 있었는데,
그 밑을 지나는 순간
하늘에서

낮으막하나,
그래도 또렷한 우리말로
´명상은 안돼!´하는
말씀이 들리시더니
또 일분 후에
´팔팔까지 살다가, 그리고 더´라는
말씀이 들렸습니다.

하느님 말씀이 틀림없습니다.
2천년만의 하느님 말씀입니다.

저는 몸둘 바를 모르고
그냥 길바닥에 주저앉아
한참 명상에 잠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 귀천(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천상병(1930-1993)
종교는 기독교이며, 소풍 온 속세를 떠나 하늘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귀천´(歸天)으로 유명하다. 1967년 불행히도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심한 옥고와 고문을 겪었으며, 1993년 지병인 간경화로 타계하였다.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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