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가는 버스는 휘발유
냄새가 진동했다
개펄이 보이자 멀미가 났다
술 취해 처박혀 잠들어 있는 배들
포승에 묶인 속수무책의 삶들
헛구역질 해대며
게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개펄은 끝이 없었고 미끄러웠고
바다는 너무도 멀리 있었다
저런 것이 바다냐고 침을 뱉고
돌아오는 길은 너무도 맥빠졌다
다시는 바다에 가지 말자
친구도 자기 집으로 가고
어머니가 없는 집 배고픈 집
찬장 속에서 개펄 냄새가 났다
기미 번진 달이 떴다
어느 곳에 속할 수 없고
고일 수 없을 때마다, 길은
바다로 갔다
마음을 스윽 베고 지나간 초승달이
부풀고 있었고
흐린 하늘에 곧 끊어질 수평선을 배경으로
모래 위에 뒹군 자리를 남기고
떠나는 연인들이 있었다
선창 그물에 부리가 엉켜 죽은 새가
다리를 모으고 있었고
방파제에서 생선을 널다 담배를 피우는
꾸들꾸들 말라가는 여인이 바라보는
희끄무레한 낮달이 있었다
태풍이 지나자
해초와 비닐 봉지, 녹슨 빈깡통을 싣고 와
흉금을 모두 털어놓고
이제는 지쳤다는 듯 하나씩 쓰러지는
파도가 있었다
바다로 가는 버스를
타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어느 바다나
차를 몰고 단숨에 닿을 수 있는 곳에 살면서
이제, 달의 이면으로 가는 길 말고는
더 이상 집 떠나 멀리 간다거나
맥빠져 돌아오는 길은 없으리라
이제, 삶은 그저
계절이 바뀌면 다시 꺼내 입는
옷처럼 시시하다고 생각할 때
시간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담배를 피우던 아파트 베란다에서
불현듯 바다에 홀로 서고
가슴 밑바닥에서는 언젠가의 바닷가
모래가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